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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월의 세월 동안. 1 2015.04.16

1.

엄마는 내가 목이 아프면 양치질을 하라고 했다. 아마 적어도 이를 깨끗하게 해주는 치약에 있는 일련의 녀석들이 내 목을 따갑게 하는 것들을 공격해 세균을 죽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다가도 안돼 내 목, 그러니까 편도선이 퉁퉁 부을 정도가 되면 굵은 소금을 물에 타 전자레인지에 삼십 초 정도 돌려 내게 내미셨다, 가글을 하라며.


나는 그 이상한 투명빛 물을, 살면서 백 번 정도 만난 것 같다. 그건 마치 반투명과 투명의 중간 정도의 맑기에다 입에 대기 전까지는 어떤 향도 맛도 느낄 수 없는, 쉽게 비유하면 이온음료에다가 물을 한 컵 정도 부은 그런 느낌을 자아냈는데 왠지 약간 오염된 물의 모습, 그게 내가 ‘짙은 소금물’에서 느낀 첫 감상이었다.


입에 들이 부을 때까지는 모르던 느낌과 감정들이, 내 볼을 스스로 움직여 그것들과 마찰을 일으키면 그제서야 나는 일년 중에 그 날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조우했다. 입을 움직이는데 코로 솟을 것 같은 느낌에, 눈물이 비강을 통해 모여 미뢰에 닿는 듯한, 사실 그보다 조금 더 심하게 쓴 맛은 어디서도, 세상의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고 맛보기 싫은 맛이 나에게 온다는 것을, 나는 여섯 살 반 정도에 처음 알아 스물 여섯, 일곱까지, 적어도 이십 년 정도의 시간 동안 아주 천천히, 사실 천천히보다 더 천천히 알아 왔다.


한번은 그 물을 삼켰던 적이 있다. 한 컵이 아니라 한 모금이었는데 곧바로 헛구역질이 나더라고. 쉽게 개워내지도 못하다 답답해 왕 하고 울어버렸다. 기민했던 시기라 물을 연신 마셔보아도 왠지 속이 더운 느낌에 구역질을 계속 쌓아두던 느낌은 그 날 반나절을 나와 함께 했고 엄마가 저녁마다 줬던 제철 과일에 콜라를 세 잔이나 마시고서도 계속 됐던 감각의 거부들을, 누구나 소금물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알겠지.


어떤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바다도 그 자리에 있었고.


미끈거리는 바닷물은 발 끝부터 닿았을 것이고 다음은 무릎, 그리고 가랑이 다시 배꼽을 지나 목에 닿기도 전에 기절하는 사람들이 있었을테고. 가슴이나 쇠골에 왔을 때는 남은 눈물도 없었을테다. 턱선을 따라, 입술 아래에, 앙 다문 입술 위 이삼 센티미터 코.


뱉을 수도 없었던 물들이 그들을 덮쳤다.

그곳에 그들이 있었네.

그들의 세월이 코로부터 사라졌다.


2.

추모제에서 만난 K는 세월호 사망자의 친구였다고 한다. 사고가 나기 일이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취미를 나누면서 좋은 이야기들을 서로 전했단다. 그 친구 말고 다른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사라지고, 어떤 이들은 평생 함께 의지할 사이를 만나기도 했는데 그에게 그가 그런 존재였단다. 그가 어려운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제 모두 잊지 않았냐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몇 몇 말고는 대부분, 아주 오래 전 안된 사고 정도로 치부하지 않겠느냐며.


3.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근현대사를 쓰고 있다. 강요에 의한 기억은 결국은 세뇌가 되겠지만 우리 이 참사를 교훈 정도로 덮어두기엔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이다.


4.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기원 전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다.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한자는 사람 인人이라고 주장하는 편인데, 그것은 사람과 사람은 떨어질 수 없고 사람 밖에 사람있을 수 없고 사람 위나 아래에 사람이 없다는 가장 기본적이고 오래됐으며 어떤 것보다 보편적인 생각이라고 주장했던 P대학교 시간강사 J의 의견에 시작부터 끝까지의 동의를 던졌기 때문이다. 봉건주의, 전체주의, 왕정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넘나들며 사람 밖에 사람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5.

나는 미약하고 기억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빈 곳 없게 덧칠되곤 하지만 끝까지 기억해 갈 몇 가지는 문신처럼 깊게 박을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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