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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 미친 세상, 못 미친 세상 2011.09.22

<서울대학교, NEX-5>

미친다는 닿는다는 것, 두 손을 맞잡듯 맞닿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 가까움에 대하여 이야기함을 말한다. 사람들은 모두 맞닿음을 회피하면서 맞닿지 않음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한다. 도대체 무엇이 맞다는 것인지 실은 우리는 잘 모른다. 오래 전 현자賢者는 차라리 그런 대답을 꺼려하고 말았다. 오히려 그것이 더 똑똑하다 여겼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는 적어도 이 사회에서는 현자가 된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혀를 자르는 고통보다 쉽기에, 인간이기 이전 생물체로서 오랜 본성이고 감각의 기본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내 땀이 옆사람의 팔과 등에 떨어지는 것이 왜 나쁜 것인지 우리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미안함을 호소하기보다 왜 미안한 척하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분다. 내가 든 연필은 바람을 따라 짤막한 직선을 그려나갔고 지우개는 그것을 곡선이 될 것처럼 모두의 눈을 속인 채 둥그렇게 종이 위를 스쳤다. 잘린 지우개 가루는 직선을 몸에 꼭 품고 쓰레기통으로 툭툭 떨어졌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결코 곧이 갈 줄 모르던 바람이 사람들을 이리 저리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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