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난지 오래되었다. 그 오래됨이 다시 묵어 흔적만 남았다, 눈이 녹듯이. 이미 잊혀진 상처인데 가끔은 오래된 사람이 잊을 수 없는 기막힌 순간을 떠올리듯이 그렇게 지긋한 느낌은 남아있었다. 껍질이 일어날때, 그러니까 추운 겨울날 말이다, 거기만 다른 색이나 느낌이 나는 것도 아닌데. 그게 손가락에도 있고 발목에도 있고 가슴에도 있었다.

우습지만 시계는 가고 있었다. 초침은 바닥에 떨어져 시침 육 아래에 겨우 그렇게 나뒹굴면서 빗겨 서 있었다. 유리를 깨거나 뒷면을 전부 분해해 저 것을 꺼내놓고 싶은 사람도 있었으리라. 빨간 녀석은 직사광선에 색을 날리고 그래도 알은 체를 해주는 것은 시간 당 한 바퀴를 도는 분침 녀석뿐이었다. 한 시간에 이삼분 가량, 이십 구분부터 삼십 일분 사이에, 녀석은 쓰러진 동료의 허리춤을 깊고 날렵하게 누르다가 사라져버렸다. 사람들도 그랬을까, 모두들 스쳐간다. 인연의 연緣자를 쓰는데 실은 연기의 연煙자를 쓰는 것 같았다. 그들은 왔다가 우리로 머물다가 타자자他者로 흘러가버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너무하다 싶었다. 시계도, 어차피 한 해에 두어 번 밥을 받아먹는 무생의 사물도 하루에 스물 네번 벗의 곁을 어루는데 우리들은 "밥 한 끼 먹자"고 입술만 살아있고 다리들은, 손들은, 마음들과 생각들은 멈춘 많은 것들보다 못하게 이리도 무심하고 치사했다.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늦은 것을 알았지만 그 것은 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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