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CCC의 신서우, 2012년 2월, NEX-5
어느 신서우 씨는 그랬다. 아침이면 일어나 아무도 없는 가게문을 땄다. 밤의 기운이 버젓이 앉아있는 테이블들을 바라보며 겨울의 한숨을 쏟는다. 오늘은 제발 본전만 하자, 겨울 부산대학가는 주머니도 얼었다. 가게에 들르는 사람은 자주오던 단골들뿐 먼 곳에서, 먼 마음에서 다가오던 사람들이 늘지 않아 고통스러워만 하다가 여는 것은 스스로의 한탄이었다. 아니, 한탄이었다가 달관이 되었으리라.
가게에 미친놈들이 들어차는 날이 올까. 문을 부술듯 세게 밀고 들어와 의자를 때리듯 가방을 던지고 구석에서 기타를 연주해도 좋다. 오늘 가진 것이 별로라면 메뉴는 내일 두개시켜도 좋으니 올테면 와봐라는 그는 나 또한 미친 시기가 있었기에 그렇노라고 고백했다. 항공사에 취직하고 다시 이직하고 그만두고, 여행컨설팅업체를 경영하다 부산대 인근에 불시착하기까지 마흔에 가까운 해 중 어떤 것도 녹록치 않았겠지. 사람의 얼굴은 같아보이는 씨앗을 심어도 다른 녀석들이 나오는 것처럼 달랐기에 그의 얼굴에서 연륜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고양이가 있다. 털이 하얗다. 만질라치면 도망가버리는 녀석, 꼭 신서우 씨에게만 안긴다. 나름, 고양이를 많이 만져보았지만 이렇게 소심한 녀석도 처음본다. 마치, 보이지 않게 앙칼진 신서우 씨의 내면이 담겨있는 것도 같다. 오묘한 눈동자를 가진 녀석, 처음 손을 닿기까지 나흘이나 걸렸다. 이름이, 심오한, 융이다. 혹시나, 칼 구스타프 융과 관련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다가 그냥 그만 뒀다. 차라리 그 보드라운 털이 융단같아 융이라고 지었을 것이 더 가까운, 그렇게 신서우 씨는 현실에 맞닿음이 간절한 사람이다.
CCC는 다른 카페들보다 더 외진 곳에 있다. 찻길에서, 부산대학교 앞 사거리 부산은행에서 다시 골목으로 한번, 두번 마지막으로 세번을 꺾어야 보이기에 처음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곤 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S가 나를 그 곳으로 인도했으며 처음 그 곳을 보았을 때 받았던 충격은 내가 부산에 당도해 처음으로 '마' 소리를 들었던 그것보다 조금 앞에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 감흥을 신서우 씨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인수했고 이제 그 곳은 김 아무개의 가게가 아닌 신서우 씨의 CCC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