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여수가는 차, 2010년 3월, Anycall SCH-B510, 위 사진은 아래 글과 관련없음을 밝힙니다.>

뻔한 사랑영화, 나이든 사십대 배우들의 로맨스 '사랑을 놓치다.'를 누구와 함께 봤는지 잊었다. 하지만 그 영화는 오래도록 내 가슴 속에 남았다. 내 삶에는 여러 변곡점이 존재한다. 고등학교 1학년(때 이 영화는 개봉 전이었지만 결국 이 영화로 닿았기에), 대학교 2학년, 그리고 2010년의 3학년 등 짧은 구석에 많은 주름들이 잡혔다. 그 모두를 집약하는 것이 이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런 사랑이 하고 싶었다. 우재의 것이 아니라 연수의 그 마음을 가지고 싶었다.

남자란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인 것 안다. 하지만 자동차 앞 유리에 붙은 견인견적서, 긁어도 떨어지지 않고 세차해도 자국처럼 오래오래 남듯이 한 사람 가슴에 꽂히고 싶은 마음은 지극히 감성적일 때나 또렷한 눈동자를 보일때나 매한가지이다.

두고두고 계속 보고 싶은 사람에게 고백이란, 어쩌면 이별의 시작을 동반하기에 참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영화 속 연수는 사랑하는 우재를 10년 이상 지켜보면서, 그의 부족하고 쓸쓸한 면까지 감싸 안게 된다. 가장 인간적인 구석까지 말이다.
 
극 중 한 번의 실수(취중 섹스)는 둘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중요한 소재로 작용한다. 이것이 당시의 연수에게는 사랑의 확인으로, 우재에게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실수로 남지만, 영화 말미엔 결국 두 주인공 모두 사랑을 확신하는 바탕이 된다. 이렇게 사랑을 대할 때 일련의 행동이 좋은 결과를 줄지, 나쁜 결과로 남을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연수처럼 우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자신의 본 모습으로 대할 때 사랑은 진득하고 오래갈 수 있다. 우재에 대한 연수의 행동으로부터 알랭 드 보통이 말한 ‘사랑한다.’ 보다 ‘마시멜로 한다.’는 표현이 오버랩됐다. 2012년에는 나에게 ‘마시멜로’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 글은 럽젠에서 쓴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인물'의 각색임을 밝힙니다. 저와 제 동료들의 글은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답니다. 영화는 많고 상황도 많으니 모두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