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서울특별시 청담동 근처, NEX-5>
여러 곳에서 그에 대해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도 그에 대해 어떤 종류의 이야기들을 했다. 마구, 감정이 가르쳐주는대로 쏟아내다 그것을 추스려 정리할 때는 공손해지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 글일까 하면, 글쎄 아직 의문이다. 사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그를 다 알고 그를 쓴다는 것, 불가능한 것만 같았고 한 달이 넘은 지금도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 사실 그가 아닌 그 누구라도.
아래에 녹취를 싣는다. 물론 앞뒤 호흡이나 단어 등은 선별한 부분이 몇 곳 있긴 하지만 그의 어세語勢는 고스란히 담으려 노력했다. 다른 포스팅에서 그에 대한 감흥을 더 잇기로 하며, 오랜만의 긴 글을 모두에게 떠민다.
*유준상의 그림과 글이 담긴 오보이는 http://ohboyzine.egloos.com/ 와 전국 배포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멋진 글이 러브 제너레이션에도 실렸습니다. 주소는 http://goo.gl/BUcMk 입니다.
그런 것은 없어요. 제 스스로 저를 만들어나가야지 누굴 따라한다거나 해서는 저만의 개성이 사라질 거 같아서요. 저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기억되고 싶거든요.
누구든, 읽어줘서 고맙다.
아래에 녹취를 싣는다. 물론 앞뒤 호흡이나 단어 등은 선별한 부분이 몇 곳 있긴 하지만 그의 어세語勢는 고스란히 담으려 노력했다. 다른 포스팅에서 그에 대한 감흥을 더 잇기로 하며, 오랜만의 긴 글을 모두에게 떠민다.
반갑습니다. 먼저 수상(인터뷰 이틀 전, 그는 부산영평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인터뷰이주) 축하드립니다. 요즘은 어떤 활동하시나요?
감사합니다. 올 초중순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하고 '북촌방향'으로 바빴고요. 요새는 다시 앵콜 공연(뮤지컬 삼총사)하고 있습니다. 공연은 내년 1월까지 하고요. 찍어 둔 영화가 있는데 모두 내년 중에 개봉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 개봉할 것은 민병훈 감독과 한 터치, 김지영씨랑 같이 찍었고요. 홍상수 감독과 한 다른나라에서, 프랑스 거장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씨랑 찍었고요., 또 한편은 김동원 감독님의 비상. 군대에 간 비(Rain)이랑 같이 찍었어요.
그럼 지금은 촬영은 없으신거네요? 그래도 조금 짬이 나시겠어요.
네. 공연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니니까 시간이 좀 납니다. 혼자있는 시간도 많아졌어요. 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연습하거나 하면서 거의 혼자 있는 편입니다. 운동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공연할 때는 다칠까봐 몸관리 차원에서 운동을 쉽니다. 조금 역설적이죠(웃음). 실은 공연(뮤지컬 삼총사)에서 펜싱하고 뛰어다니는 자체가 운동이긴 하죠.
그럼 평소에 일과는 어떻게 지내시죠?
아이가 학교다니니까 그 때 일어났다가 다시 좀 더 자다가 여덟시나 여덟시 반쯤 일어나고요. 자는 건 두세시 정도에. 공연이 있는 날은 일어나자마자부터 몸풀고 목풀고 노래연습하다가 가서 다른 배우들과 좀 맞춰보고 다시 공연하고. 사실은 공연할 때 일과가 가장 단순해요. 공연없는 날은 또 하루 종일 노래연습하고. 더 잘하고 싶어서 몇 년째 레슨도 받고 있어요. 노래 실력이 향상되는걸 스스로 느낄 정도니까 더 재미있고 젊을 때 이렇게 노래연습 했으면 서울대 음대갔겠다 싶다가(웃음). 그런데 그러다가 성대결절이 났거든요. 그리고나서는 공연기간에는 좀 더 자제하게 되고. 근데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되요. 노래는 한 순간에 안 느는데 한 3년 이상 연습하다보면 숙성기간을 거쳐서 조금씩 성장하는 게 보이는 거 같으니까 그 기간 끝에 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게 너무 좋고요. 또 어떤 면에서는 10년 전에 제 공연 보셨던 분들에게 10년 사이에 성장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고 또 앞으로 몇 년 뒤에 또 찾아주실 팬들에게 또 더 성장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연습하는거죠.
연습, 연습, 연습. 공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주 전공이 이쪽(연극)이니까요. 연극, 뮤지컬을 하다가 드라마에 참여하게 되서 좀 오래 쉬었거든요. 물론 드라마를 오래했던 시기가 저에게는 상당히 큰 도움이 됐어요. 환경이나 상황이 너무 잘바뀌어서 별의별 일을 다 겪다보니까 대처능력도 늘어났고요. 이런게 다시 연극, 뮤지컬할 때 다시 도움이 됐죠. 이를테면 언제 어떤 신을 갑자기 해야할 때 바로바로 할 수 있죠, 부끄러움같은 것 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요. 그렇게 해야겠다는 다짐, 용기가 차근차근 쌓인 것 같아요.
전에는 CF나 드라마에서 유준상을 알렸다면 요새는 예술영화나 공연으로 한층 더 잘나가는 것같다고 느끼시나요?
전에는 더 했죠.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나 후배들한테 "형 아직 안 죽었다(웃음)."하거든요. 저는 지금이 제일 좋은 나이인 것 같아요.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지나가는 말로 "평창올림픽 때는 쉰이에요."하면 계속 다짐을 되새기죠. 그때 더 멋있어지게 노력하려고요, 내공이 쌓이게. 꼭 그때만이 아니라 예순에도 그보다 더 나이들어서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죠. 그렇게 스스로 만들어야죠.
뮤지컬이나 연극공연에서 느끼는 현장감이나 느낌을 좋아하셔서 그럴까요?
관객과 얼굴 맞대고 만나니까 더 좋으면서도 긴장하게 되죠. 영화찍을 때는 감기가 와도 집중하고 있으면 모르잖아요. 그 씬 끝나고 긴장이 풀리면 증상이 나타나서 좀 기간을 두고 찍을 수 있지만 이거(뮤지컬)은 제 모든게 바로 나타나니까 더 잘하려고 하는 것 같고요. 내외적으로 신경을 곤두세우죠. 그런데 그렇게 신경을 쓴만큼 또 관객들이 바로 호응해주시고 기립박수도 해주시니까 확 와닿죠. 영화같은 경우 한번찍으면 엄청 오랫동안 남으니까 장면 장면 공을 들여야 하고. 저마다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즉흥적으로 미묘한 변화를 줄 수도 있죠? 상황이나 관객 반응에 따라서.
어떻게 나올까 생각하지는 않아요. 항상 작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출가의 의도라는게 제 신조고요. 그래서 온전히 맡깁니다. 큰 시야에서 잘 구성하려는 의도가 강할테고 그런 면면들이 관객에게 바로 전달될테니까요. 그분을 믿어야 저도 관객과 온전한 소통을 할 수 있고요. 이를테면 '삼총사;에서 제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는데 앞 줄 말고는 거의 못보셔요. 사실은 아예 못보실 수도 있는데 가짜로 울면 그게 보이진 않아도 티가 다 나잖아요. 그러니까 연출가와 같이 2층, 3층 맨 마지막 줄에 앉은 분께도 그 슬픈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거기에 제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거죠. 노래와 춤도 중요하지만 뮤지컬에서도 역시나 연기(드라마)가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더 섬세한 느낌을 주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거겠죠.
<2012년 1월, 잡지 Oh Boy!에 실린 유준상의 녹취를 재촬영, NEX-5>
*유준상의 그림과 글이 담긴 오보이는 http://ohboyzine.egloos.com/ 와 전국 배포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멋진 글이 러브 제너레이션에도 실렸습니다. 주소는 http://goo.gl/BUcMk 입니다.
<북촌방향>
영화 '북촌방향'의 묘미는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미묘하게 조금씩 다른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보는데 배우로서는 계속 다른 삶을 살텐데 이런 반복적인 삶을 간접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나요?
아녜요. 사실은 배우들도 거의모든 날들이 일상입니다. 다른 캐릭터로 뮤지컬을 하거나 영화 촬영에 임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일상 속을 살아가니까. 아주 끊임없는 반복, 누구나와 똑같이 말이죠, 우리들(배우)조차도. 항상 몸을 풀어야하고 목을 풀어야하고 훈련을 해야하고. 씬에 대한 고민을 하죠, 언제나 똑같이. 사람이 바뀌고 작품만 바뀌는 것이지 항상 해야하는 것들은 똑같아요. 그게 끝나면 지금처럼 인터뷰를 하는 것이나 무대인사를 다니는 것, 더 반복적인 삶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러기 때문에 상당히 참을성이 필요한거죠, 30년 40년 롱런하기 위해서는.
아, 역시 인간이란 그런거군요(웃음). 그런데 영화 초반에 영화학도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술을 사준다고 해놓고 대뜸 도망가시잖아요? 어둠 속으로. 이 장면은 뭘 말하는 걸까요.
사랑했던 여자가 그 근처에 살잖아요? 술기운에 생각이 났는데 혼자 가기에는 부끄러우니까 애들을 데려간거죠. 그 앞까진 갔는데 이제 애들을 보내야하잖아요(웃음)? 그러니까 대뜸 말도 안되는 걸로 화를 내고 그 여자에게로 뛰어간거죠, 미친듯이. 우리가 찍는 그런 장면들은 사실 무지 단순해요.
단순한 반복 중의 하나였군요. 술집 '소설'로 들어가는 장면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반복되는데 한 번에 다 찍는건가요? 아니면 어떤 순서로 찍는건가요?
영화에서 보이는 순서대로 찍는거에요. 다음날 찍을 장면에 대해서 우리(배우)는 뭘 찍는지도 몰라요. 감독님도 모른다고 하고(웃음). 당일 아침이 되서야 감독님이 각본을 쓰면 그 장소로 이동해서 다시 찍고. 그러다가 끝나는 거에요(웃음). 신기하기도 하고,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죠.
북촌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엔딩씬에서 흔들리는 눈빛이 인상적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고현정 씨가 점점 앞으로 다가가던데요(웃음).
여러가지 해석을 하시더라고요. 북쪽이니 죽음으로 간다던지 겁을 먹었다던지요. 저는 그저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던 것이고 다른 의미를 크게 부여 안했어요. 그런 것을 표현하는 것은 극중 인물에 많이 빠져있었기 때문일겁니다. 원래 홍상수 감독님이 제일 좋아하는게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각자의 해석을 하게 만드는거죠. 연기하는 배우들끼리는 '이 장면에서 이렇게 연기하는 이유는 어떤 의도일 것이기 때문이다.'는 생각은 잘 안해요. 극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잘 짚어내고 감독님이 오케이하시면 좋은거고 아니면 다시 몇 십번이고 찍으면서 그 감정을 찾아내는거죠.
<하하하>
그럼 이어서 홍상수 감독과 같이 찍은 전작 '하하하'에 대해서 한두가지만 더 이야기하죠. 극 중에서 방중식이 순대를 먹는 장면 말이에요. 그 장면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순대도 극복했으니 우울증도 그럴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싶은데.
그건 좀 다른 느낌인 거 같아요. 극 중 설정이 순대를 못먹는 설정이었어요. (홍상수) 감독님이 순대를 잘 못먹어서. 사랑하는 여자가 앞에서 힘들어하니까 '그래, 힘들어도 한번 먹어보자. 이겨내보자.'했던 것이었겠죠. 그런데 우울증은 좀 다르죠. 내가 우울하지 않다고 아무리 말해도 주위 모든 사람들이 '너 우울해보여. 너 우울증이야.'이러면 그게 우울증인거거든요. 스스로 극복했다고 해도 이미 바뀔 수 없는 그런 상태에 빠져있던 인물이 아닌가 싶네요.
그랬군요. 강아지를 붙드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참 순수한 인물이라는 생각이죠. 해맑은.
<유준상 그리고 홍상수>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유독 롱테이크 씬이 많잖아요. 중간에 NG가 나면 다시 찍기도 오래 걸리고 '안틀려야겠다.'는 마음도 크실 것 같은데.
연극이나 뮤지컬을 통해서 쌓인 내공이 여기서 통하는 것 같아요. 감독님도 그런 느낌을 좋아하시고 저도 그게 사실은 숙달이 되어 있는 것이니까 합이 맞는 것이고. 촉박한 시간 예를 들면 한 20분 주세요, A4에 쪽대본을 나눠주시고서. 그리고 나서 바로 레디! 하시니까 속으로는 내가 어떻게 이걸 다 외웠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워하면서 극 중으로 몰입하는거죠. 합을 맞춰보면 대부분 잘 맞아요. 그래도 계속 찍어요. 감독님이 원하는 느낌이 나올 때까지. 한 70번 넘게 찍은 씬도 있는데(한숨)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 잊게 될 정도로... 근데 찍고 나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최근에 홍상수 감독과 연달아 계속 작업하셨잖아요. 일각에서는 홍상수의 페르소나다는 이야기도 하시고. 같이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서로 감정선이 잘 맞아서겠죠?
네.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야긴 자주 안해요(웃음). 이야기보다 비슷하게 느끼는 게 많은 거 같아요. 세상이 따뜻해졌으면 하는 이야기, 살기 좋아졌으면 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누구나 많이하는 거잖아요? 길을 걷다가 좋은 풍경을 본다거나 하면 '야, 참 좋다.' 이런 이야기 잘하죠.
오래된 친구같은 느낌인가요? 오랫동안 연락을 안해도 대뜸 전화와서 "지금 나와. 밥먹자!"할 수 있는 그런.
네, 대충 그렇네요.
<2012년 12월, 서울특별시 청담동, NEX-5>
<예술가 유준상>
네. 그럼 전작들에 대해 쭉 이야길 좀 해볼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나 단편영화 '리스트'에서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지만 강렬한 역이잖아요? 이런 점에서는 욕심 없으세요? 분량이 조금 더 늘었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아니요. 그런 것은 전혀 신경안써요. 제가 재미있고 잘 표현된다 싶으면 그걸로 된거고 많이 나오는게 중요한게 아닌 거 같아요.
'리턴'에서 거울을 쳐다보면서 김을 닦는 장면이 강렬한데요. 여성팬들도 좋아할테고. 이 장면은 어떤 의도가 담긴 걸까요?
그 때가 이제 막 부상회복으로 스크린 복귀할 때거든요? '나의 결혼원정기' 찍고나서 몸무게가 11kg 붙었었는데 감독님이 몸 좀 만들어서 촬영 들어가자고 하시는거에요. 그래서 그 때 태어나서 처음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면서 살도 무지 빼고 식스팩도 만들고. 하니까 되더라고요(웃음). 그 전까지는 (뮤지컬이나 연극)무대에 오르려면 근육질로 만들지 말라고 했어요. 몸이 경직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시대가 흐르다보니까 관객들이 원하는 것도 달라지고, 그 역할이 날카로운 이미지를 엄청 부각시켜야했던 역할이라서요.
영화 후미에 직접 그린 그림도 등장하고 평소에 글도 많이 쓰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예술적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으시는지요?
항상 어떤 생각이 있으면 그걸 표현해내려고 하고 방법도 찾는거고. 대학교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일지를 쓰라고 하시더라고요, 표현일지같은거. 그래서 모아놓고 보니까 1년에 한 권 이상씩 꾸준히 모이더라고요. 특히 여행을 가면 더 많이 필상이 떠오르는 것 같고 전에 (다쳐서) 안 좋은 일로 기브스하고 있을 때도 엄청 써댔고. 이런게 다시 어떤 역할을 받을 때 순간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죠.
한 강연회에서 그 일지를 읽어주신 적 있다고 들었습니다. 꽤 수작이었다고 하던데요.
(웃음) 그래서 사실은 써두었던 것을 모아서 내년쯤 에세이집으로 출간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3월쯤. 양이 꽤 되고 이 중에 테마별로 묶으려다보니까 몇 권으로 나올 것 같아요. 글 외에 평소에 그려놓은 그림도 실을 거 같아서 추리고 있는 중이고.
아, 꼭 한번 사서 보겠습니다. 그럼 이야기 나온 김에 부상당하셨을때 이야기를 해볼게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한번의 고비였을 거 같은데요.
그 때는 저한테 정말 안좋은 시기였죠, 정말. 하지만 스스로 계속 리마인딩해야했죠. '이건 전화위복으로 올 것이다.'하면서 마음을 굳게 먹었지. 그리고 퇴원 후 얼마 안있고 여행을 떠났어요. 캐나다랑 쿠바로. 가서 글을 쓰면서 감정을 쏟아내는거였고. 버스랑 비행기에서 시간이 무지 걸리잖아요? 열 몇 시간씩. 이 때 동화를 그렇게 썼는데 동화집도 나중에 따로 나옵니다.
<다른나라에서>
마지막으로 '다른나라에서' 이야기를 조금만 하겠습니다. 어떻게 찍으셨어요? 한국배우와 프랑스배우가 만나 영어로 작품을 찍게 되었네요. 그것도 쪽대본으로 유명한 홍상수 감독하고요(웃음).
'로니를 찾아서'나 '나의 결혼원정기'를 찍으면서 그 친구들(외국인)이랑 영화찍는 것은 어색한 걸 잊었는데 영어로 연기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어떻게 표현할 지 걱정을 꽤 했는데 다 똑같더라고요. 그런데 찍으면서 정말 많이 배운 거 같아요. 배우로서의 자세, 인간으로서의 자세에 대한. 이자벨 위페르 씨는 칸이나 세자르, 시애틀국제영화제같은 곳에서 상도 많이 받으시 분이고 프랑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그 재능으로 존경받는 분인데 한국에 소탈하게 혼자 오셨어요. 게다가 음식이 맞나요 아니면 지내는게 편해요, 그 바닷가 촌마을에서요. 그런데도 간장에다가 밥 비벼드시는데도 맛있게 드시고 촬영도 열정적으로 하시고 하더라고요. 대사를 주고 받을 때도 확실하게 몰입해서 하시고 이야기나눌 때는 편하게 대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나도 저 나이가 되서 저렇게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 저 이상으로 잘해야겠다(웃음) 하면서요.
그럼 특별히 힘든 적은 없었던 건가요?
그런데 이 분이 본인은 아직 이팔청춘으로 대해주길 원하세요, 소녀처럼. 여배우니까요. 그런데 누가 아줌마, 할머니처럼 대했다? 그럼 아주 싫어하셨죠. '본인은 지금도 팔팔하다' 이런 것이니까요. 그런데 저도 좀 이해가 되더라고요. 저도 청년의 느낌이 있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니까.
이 영화는 어떤 면에 집중해서 보면 좋을까요?
사실 저도 완성된 것은 아직 못봤어요, 찍기만 찍고(웃음). 그런데 찍을 때부터 유쾌했고 홍상수 감독님 영화 중에 가장 쾌활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전에는 무슨 교수, 영화감독 이런 역할이었잖아요. 이번에는 라이프가드, 수상안전요원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소재자체가 젊은 이미지에다가 배우들도 다 찍을 때 재미있어했으니까 관객들도 그렇게 느낄 거라 믿습니다.
<인간 유준상, 그리고 꿈>
네. 꼭 극장에서 기억하면서 보겠습니다. 네. 인터뷰는 이 정도면 좋을 듯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평소에 궁금하던 것 하나 더 묻고 마칠게요.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롤모델이라도 있을까요?
누구든,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