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등장하는 누구도 실존 인물이 아니며 차용하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저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견해와도 무관(하다 말하고 싶습니다만 무관하면 어떻게 글을 썼겠습니까만은)합니다. 글을 글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아주 정상적인 연인들의 지극히 당연한 상황 속에서 히스테릭을 느끼는 나를, 커플같은 생활을 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상황을 우리는 가끔 소비라 말했다. 그런 말이 오가는 사이에 시간은 저물 것이다. 시계는 멈췄지만 네 감정선이 적당한 속도로 흘러가듯 내 것도 지쳐간다. 조그만 거름망이 있어서, 어쩌면 내 표현이 굳어서 우리는 관계를 잃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 슬프면 슬플테고 너에게는 사람이 많을테니까. 저기 어떤 남자의 낯선 뒷모습에서 내 뒷모습을 발견하듯 그렇게 무던하게 또 다른 너를 만날까.


2.

오빠, 그런데 왜 맨날 핸드폰 꼭 쥐고 있어요? 거기 뭐라도 들었길래! 막 이상한 거 들어있는거 아녜요? 아, 옛날 여자친구 사진. 그게 왜요? 그거 가지고 있는게 죄라도 되나? 나 괜찮은데. 내가 옛날 여자친구 사진 한 두장에 화내고 그럴 사람 아닌 거 알잖아요. 다 오빠 추억인데, 뭘. 나요? 난 없죠. 전에 있던 폰 바꾼 것도 있고, 아 그 폰이 커플폰이었는데 약정 끝나자마자 팔았어요, 친구한테. 사진은 뭐, 집에 찾아보면 어디 있긴 할텐데, 아 없으려나. 그런데 신경 안 써요. 오빠가 그 여자친구 아직도 막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닌거 아니까. 남자들은 그런 거 있잖아요, 첫사랑은 결혼한 후에도 막 생각나고 그런거. 그런거 이해 못하면 요즘 연애 못하는데, 오빠 몰랐구나?


3.

순수한 사랑에 조건은 없다. 상대방에게 순수한 사랑을 요구할 강요도 필요치 않기 때문에 결국 순수한 사랑과 순수한 사랑이 이어지는 것은 가능과 불가능이 잇대어지는 순간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다.


4.

카르마는 무의식 속에 패인 자국이지요. 누구나 어느 곳엔가 가지고 있는 이 카르마는 '사랑'에게 드러나기도 전에 사랑은 시작됩니다. 그 혹은 그녀도 카르마를 가지고 있겠죠. 카르마와 카르마가 실끈을 만들어 서로를 공격하거나 부딪히는 순간이 오면 그 사랑은 변화하거나 혹은 와해되기 시작합니다. 그럼 사랑이 깨지기도 하죠. 그럼 사람에게 사랑은 없는것이냐 반문할 수 있는데, 사랑은 서로 맞는 카르마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이 나의 살갖에 부딪혔을 때 아프더라도 참을 수 있거나 이해할 수 있는 경우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서 내 카르마 외부의 신경이 그대의 카르마를 보듬을 수 있고 너도 그럴 수 있는 단계가 그런 것 아닐까 하는 말이죠.


5.

이 여자를 만나는 이유는 좋아서이다. 다만 슬프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이기에 막을 수 없는 필연은 이 여자와 섹스하고 싶다는 것일테지. 저 멀리, 손에는 닿지 않는 곳에 그대가 있기를. 제발 그러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