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일어나 시험을 보러갈 준비를 마쳤다. 중학생처럼 가방에 우산을 들고 길을 나섰다가 문제를 전부 마킹하고나니 교실엔 감독관 둘과 나밖에 없음을 인지했다. 돌아오는 길은 조금 멀었다. 지하철 두 정거장을 지나 집으로, 집으로.집 근처의 자장면 집은 주말 할인을 하고 있었고 500원을 더 얹으면 곱배기도 가능하다 말했다. 식초는 아련한 듯 맛을 더했고 호주머니 속 수험표는 왠지 조금 축축했다. 가방 안에 넣어 둔 시험지에서는 혹시나 졸았을 때도 잘 흘리지 않던 침 몇 방울쯤은 묻어있을 법도 했다. 왜냐면 실은 졸았으니까.
아마도, 지금쯤 어머니는 성당에 계실 것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로 시작하는 기도문을 외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서녘에 갔다 발목이 부러져 돌아와서도 아픈 내색 그리 없이 '괜찮아'를 반복하다 끝내 휴학한 내 착한 동생은 청록의 석고붕대뭉치를 다리에 걸고 소파에 누워 아이폰이나 리모컨을 만지고 있겠지, 불현듯 동생을 태우고 있을 물소가죽의 그것이 그리워졌다. 처음에 아버지가 녀석을 집으로 들이겠다 했을 때 말이 말이 많았지만 지금껏 찢어지지도 때 타지도 않은 채 고요한 자리에 가만히 숨만 쉬는 녀석. 쿠션감도 없이 딱딱하고 거칠던 등 능선은 이제 조금 부드러워졌더라. 듬직한 녀석이 나에게, '오오라'며 숨과 소릴 내뱉는 것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아 내 등이 먼저 그것을 그리워 했다.
나는 지금 서울, 조그만 방 안에서 오롯하게 된 마음으로부터 그저 조용하게 눈을 들고 있다. 불은 다시 페이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