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차들이 라이트를 올린다. 도로는 조금씩 막혔다. 병목현상이라 부를라치면 신호가 조정되는 서소문동 대로는 높은 건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언덕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정글에는 으르렁거리는 녀석들이 스스로 발톱을 잘게 깎으면서 살고 있었다. 옥상마다 빛을 발하는 전광판들에서 희망찬 미래들이 눈웃음쳤다. 예쁘다.
길을 잃은 사람이 있었다. 조금 두터운 겉옷을 입은 남자는 수염이 하얗게 샜다. 인생이 수고스럽다 인사 건낼만 했지만 이미 그의 손목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어두운 옷이 북 하고 찢어졌다. 땀이 졌다 말랐다를 반복해 닳은 소맷자락에서 남홍빛 냄새가 올라왔다. 왜 내가 울음이 나는지 몰랐다.남자의 살결에서 오래된 문신자국이 있었다. 옷보다 헤진 검은 가죽이 보였다. 경찰차에 오르는 그는 시대를 잃은 동물의 눈을 가졌다.
오랜만에 나의 이야기를 조금 써볼까 싶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큰걸까, 고민된다. 이제는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도 지칠 때가 많다 싶다. 서울과 부산은 멀고도 멀다. 이상과 현실보다 멀어보일 때가 많다, 요즘은. 체력이 닳는 것이 느껴지고 몇 일 전 누군가에게는 태어나 두번째로 '나이보다 노안같다.'는 이야길 들었으니 말을 다 했다. 적성검사는 공부할 필요없다는 것을 느끼고 면접도 진심의 대화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지금, 사람답지 않은 내가 여기 서 있다. 인간이기에 앞서두른 동물같은 나도 여기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