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from 하루들의 합 2011. 11. 4. 16:47
눈이 감기고 뜨이는 순간을 찰나라 기록한다, 영희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자스민차를 끓여주셨다. 새찬 바람은 물론 가실 새 없이 불어왔고 외롭게 산기슭을 밝히던 불빛은 그것을 가로막은 벽 채 흔들리고 있었다. 그림같은 제주도의 겨울이었다.

사람들은 쉼없이 수군댔다. 섬이란 원래 그런 태생적 자세를 구비해야했는지 모른다. 자의와 타의의 적절한 선율이 꽃눈 머리부터 뻗어져나오고 있었다. 그 미술관은 예전부터 좋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소문을 소문으로 넘겨짚자 우연한 가운데 감은 눈 사이에 내가 보였다. 아마도 거울이었으리라, 그렇게 넘겨짚기로 결심했다. 누구도 믿질 않을 시간이 흘러갈 차였다.

미술관의 벽은 온통 흰 빛으로 칠해져 있었다. 하얀 페인트가 아님은 백열등의 넉넉함에 의해 쉽사리 드러났다. 한지였다. 풀칠해 이어 붙이고 그 위를 수차례 가세로로 휘저으며 나이를 먹인 바로 그 자국은 흰 빛이였지만 오직 희지만 않아 이야기와 소리, 신음과 눈물의 눅눅한 촉감이 여전했다. 벽이란 원래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날이 밝는 소리는 들릴 기세를 부리지 못했다. 우리는 시간을 놓고 다리를 들어야 했다. 벽난로의 온도가 나를 좇았다. 기氣라는 것은 이러한 기운일지도 몰랐다. 나는 이내 무뎌지겠지만 그 시간의 냄새는 영원하리라, 나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제 눈에 박힌 이야기들에 파묻혀 살아갈 것이다. 물론 나도 때때로 우연의 자국을 희망하리라.

멀리서 눈 냄새가 났다. 아마도 곧 지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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