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移山

from 하루들의 합 2011. 10. 31. 09:42
태풍이 몰아친다. 하늘빛이 어두워진만큼 다른 사물의 낯들도 그림자졌다. 구름이 제 살길을 찾아간다. 사뿐사뿐한 걸음이 이내 거칠어져 왈츠로 블루스로 그리고 탱고로 이어졌다. 쓰지 않는 근육이 주욱 늘어지려다 찢어졌다. 임계치밖의 추위도 함께 엄습했다. 그런 가을이 오고 있다. 힘 센 장정에 끌려나온 소처럼 그렇게 나는 가을로 끌려간다. 낙엽이 어머니 뺨에서 흘러내렸다. 여름의 탈락이었다.

정말 싫은 순간은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지독하게 불온한 생각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질타받을 순간에 나는 차근차근 혀를 굴렸다. 저마다 다른 비명이 쏟아졌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또렷해진다는 귀는 이제서야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들리지 않았다.

가을비가 몇 방울 얼굴에 떨어지는 시간이 되어 우리는 반건조오징어를 잘근잘근 씹었고 땀이 이곳 저곳에 은은히 번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