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from 하루들의 합 2011. 10. 25. 00:02
언젠가였나, 막걸리를 흔들지 않고 마시게 된 것은. 술이 무척 세다고 자신하던 내 모습은 눈에 넣은 안약이 내 시력을 지워버리듯 그렇게 내 속에서도 사라져버렸다. 이제 그리 술을 많이 마시진 않는다. 잘 취하지도 않아 먹는 술이 아깝기도 했고 어느정도 먹고 마시면 주위 분위기에 어울릴만큼 마취되기도 하니까 말이였다. 그래서였을까, 술에 관한 어떤 루머 - 막걸리 침전물은 빨리 취하게 만든다는 - 는 막걸리 아래에 이할을 항상 남겨두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나아지는 것은 무엇도 없었다. 흔들림이 남기고 간 것은 버릴 수 없는 찌꺼기가 아닌 눌러붙은 누룩 냄새였고 투과율없는 유리병에 그것이 넘실대는 동안 나는 실체가 아닌 허상 속의 실체에 관한 찌꺼기들에 취해있었던 것이다.

밤이 깊어간다.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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