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씨를 만지든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생각한대로 읽게 된다.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어떤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다시 영향을 받아버린 나는 그러나 실은 친구라는 말에 인색했다. 오래 전 어떤 일들에 의해 나는 어떤 강박관념이 생겨버렸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그것 역시 어쩌면 내가 결정한 것이었다. 충격에 무언을 부여받은 사람들의 그것과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차 지금의 나는 조그만 통로만을 열었다. 그것은 내 오감이 종국의 틈을 통해 몸 바깥으로 새 나가는 것이었다. 스스로를 억누른 세월들에 내 몸도 그만큼 낡고 닳았던 것이라 생각하니 눈 아닌 곳에서 처량함이 흘렀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과 갈래길을 걷는 것이라 가끔 생각했었다. 물론 철없는 침묵이었음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는 생겼다가 사라지고 사라져서도 그 자리에 있었고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없어져버렸고 없어진 곳에서 다시 자리잡고 있었다. 결국 나는 혼자였고 언제나 그랬다. 모든 순간은 빛났다.
머리가 꽤 길어 조금의 시간이 더 차면 가르마를 만들어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매일같이 나를 훌륭하다고 말해주는 메일들이 인터넷에 쌓이고 있다. 타자에 의한 칭찬들은 나를 고독한 곳으로 끌고 들어갔으며 그 모습이야말로 흡사 도살장의 분위기를 터럭 끝으로 체감한, 이제 막 태어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암소들과 같았다. 오랜 시간 동안의 호흡가다듬음을 통해서 나는 조금 알게 되었다. 그들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나의 결정이 아닌 오직 그들의 결정이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