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생각밖에 없다. 결과에 얽매여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정말 안좋은 것이지만 꿈에도 두번이나 연이어 나올 정도이니 얼마나 내 열망과 욕심이 큰지 스스로 알아버리고야 말았다. 개최한, 업계 첨단을 달리는 에이전시인 H사는 근무인원만 몇 백명이 넘는 큰 회사였다. 하지만 선발인원은 겨우 세 명이라는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왜 그렇게 없었나,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 끝날 때 즈음에서야 한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벽은 나의 열망의 크기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 이를테면 내 것은 등비로 증가하는데 그것은 제곱으로 나를 막아서고 있는 것 같았다. 밧줄을 던져 맨 위에 갈고리를 겨우 걸라치면 약 올리듯 한뼘씩 더 커지다가 이제는 끝도 보이지 않는 저 높은 벽을 그냥 부숴버리자,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날 몇 일 밤을 고민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여기 있고 벽도 여기 있다. 이 자라나는 것이 부술 수 있는 얇은 벽인지 아니면 결코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인지 둘 다 아니라면 혹시 안개같은 허상의 농밀한 집합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벽이 여기 있었다, 그리고 있다. 조용하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는 그렇게, 눈을 천천히 감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알아가면서 순간을 모으고 있던 것이었다.
 

눈물이 나게 고마운 사람이 곁에 있다. 어쩌면 눈물조차 미안한 일들이 가득 차 있었지만 차라리 '눈물이 나려고 해'라는 말이 조금은 더 나을런지도 몰랐다. 그 오래 전 어떤 언덕에서 나누었던 이야기에는 꽃향기로 가득했다. 그러나 지금은 멀리서 불어오는 천리향의 냄새가 아련히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는 말했다. "어쩌면 꽃잎이 거의 떨어졌을지 몰라." 하지만 우리는 손을 스치듯 가볍게 쥐고 있었다. 순간 나는 그의 어깨가 조금 들썩거리는 환영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입술을 뗐다. "꽃이 지면 어때. 이것 봐. 가늘지만 곧고 단단한 줄기와 가늠할 수 없는 깊이의 뿌리가 있잖니."

요즘의 나는 온통 벽에 둘러쌓여 있다. 하늘이 빛나고 있었다. 눈을 뜨기도 혹은 감기도 두려웠다. 내가 제출한 스물 아홉개의 작품(혹은 폐기물)들에 그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이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