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from 하루들의 합 2011. 10. 2. 01:01
외할머니는 나를 업어 기르셨다. 어머니는 가끔씩 들르셨다. 나는 불행하진 않았었다. 어머니는 인형을 주고 떠나지 않으셨다. 나는 곧 잘 넘어졌다. 다른 아이들보다 어쩌면 조금은 걸음을 빨리 뗐다. 무릎이 아플 겨를이 없었다. 자전거는 세살 때 배웠다. 다섯살때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외할머니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갔다. 멀리 그리고 또 느긋하게 어린 날의 완벽한 외부에 갖히게 되었다. 많은 벽들이 있었다. 둘 중 하나의 선택이었다. 멈출 곳으로 흘러가던지 혹은 죽던지. 푹신한 의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 앞엔 높다란 계단 또한 있었다. 어머니는 없었다. 어머니 냄새가 났다. 나는 한 코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높은 곳에 권위없는 어머니가 앉아있다. 어머니는 많은 돈을 손에 쥐고 있을 것이다. 우리 집은 가난하지는 않지만 부자도 아니었다. 할머니는 어쩌면 많은 주변을 바라보고 계실 것이다. 할머니는, 아직은 여린 여자인 그 분께서는 짐 아래 또 짐을 지게 되었다. 짐 위의 짐은 보이지도 않는 굽이의 등을 가끔씩은 어루만지실테였다. 하지만 조금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계단 위에는 내가 싫어하는 돈과 내가 좋아하는 어머니가 있었다. 조그만 두 손으로 계단을 딛었다. 나는 알았다. 인간의 직립보행은 위조된 사실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십이분을 기었다. 다시 내가, 우리가 생각하는 직립보행의 인간으로 진화되었을 때 다시 커다란 반갈색의 유리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마 그랬다. 나는 글을 몰랐다. 글씨와 글자도 몰랐다. 그렇게 잠시 서 있을 때 어머니의 간상이 보였다. 평소의 차림과 다른 어머니를 알아채지 못했다. 내 두뇌는 아직 몇 근되지 않았다. 게다가 물렀다. 어머니가 나를 번쩍 들어 얼굴을 정면으로 보고서 겨우 얼굴이 인지했다. 어머니가 확실했다. 어머니 손에서는 돈냄새가 사라져있었다. 어머니 얼굴이 반짝거렸다. 내 얼굴도 그랬다. 할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실은 배가 고팠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온종일 자전거를 탄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외할머니가 그리웠다. 내가 오래토록 외할머니 냄새를 그리워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외할머니를 사랑했다. 언제나 내 첫사랑은 어머니였지만 마음깊은 곳에서는 사랑의 진화 이전에 그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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