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멈출 줄 몰랐다. 어쩌면 처음부터 멈출 줄 몰랐던 이 거대한 고철덩어리는 적어도 종착역과 환승역같이 잠시나 아주 멈출만한 곳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죄질이 나쁜 살인마라도 돌아갈만한 산골 고향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소년에게 그런 곳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내땅 네땅이 생기기 시작한 요즘, 어른들은 그네가 앉아있을 조그만 땅 한 평조차도 한 움큼 또 한 움큼 뺐아가버렸기 때문이었다. 깨금발을 새우던 녀석이 결국 두 발 모두 떼고 하늘로 날아가버린 것은 어쩌면 절반쯤은 이상하지도 않았다. 보이고도 보이지 않고 들리고도 들리지 않는 녀석의 안구와 고막은 그 때 함께 파괴되어 버린듯 했다.
안개는 늪처럼 질척거렸다. 거기 사는 많은 사람들이, 언제부터 살기 시작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 같은 진흙탕에 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머리 꼭대기만 대여섯치 내놓고 그들은 사람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표정이 모두 사라져, 아니 이미 얼굴도 보이지 않는 그들이었지만, 버린 그들은 흰 눈자위만 이리 저리 굴리고 있었다. 흐물흐물해진 껍데기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미 진흙탕인지 그들의 몸뚱아리인지 알 수 없게 된지라 근육도, 뼈도, 뇌도 스르르 녹은 것과 다름없이 추스릴 수 없게 되었다.
소년들은 울었다. 질리도록 울었다. 코가 쓰라려 훌쩍거릴 수 없을만큼 말이다. 그러나 소녀들은 어쩐지 가만히 있던 것은 결코 그네들이 담대하거나 무관심을 맞이한 탓은 아니었다. 진정한 공포와 진저리는 어떠한 반응도 아님을 그녀들은 너무 빨리 알아버린 것이었다. 눈동자가 끓고 있었다. 약불에 밤새 끓여야 겨우 기포가 몇 개 올라올 기미를 보이던 외할머니의 약탕기처럼, 두꺼워질만큼 두꺼워져 더 이상 툼벙거리지 않게 되버린 눈꺼풀을 뚫고 눈동자가 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