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터널. 시작점엔 이 어둡게 엎드린 자리의 길이가 쓰여 있었다. 인간의 언어. 산은 모르는 제 몸속 관통의 자리에 사람이 들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오갈 데 없어진 속에 산이 말했다. 내가 한 게 무엇이냐고. 그가 잘못한 것은 제 몸 내어 준 죄, 기이한 총탄에도 가만히 있던 죄, 가만히 자연을 '본디 그러하게' 맞이한 죄. 그는 다시 뚫리고 깨지고 결딴났다. 역사에도 기록되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열차는 달린다. 산을 휘감은 물처럼도 아니고 무리 없이 나아가는 바람처럼도 아니고 갈 자리 아니 보고 오가던 비처럼도 아닌데, 쉼 없이 걸음 떼는 녀석은 모든 것을 부수겠다는 태도의 성난 황소처럼 뿔을 세웠다. 좀비가 되지 않더라도 고개를 처박고 내준 마음은 작은 창으로, 우리는 포로처럼 고개를 숙이고 이미 끝난 듯 이미 아닌 듯 쉬이 쉬지 못하게 됐던 것이다.


흑막이 걷히면 눈이 부실 테다. 터널 끝에 빛이 들면 잊고 지냈던 첫사랑이 깊은 본래 자리로 들어올 듯 깜짝 놀랄 테다.


그러니, 희망을 잃지 말 것. 잊지 말고 사람을 볼 것. 만질 것. 체온과 살아 있는 살결, 투명치 못해도 미소 지을 수 있는 눈동자를 탐하고 제멋대로 마음을 부릴 것. 자유롭게 그렇게 삽시다, 다짐하고 다짐을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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