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게 아는 이와 비슷한 걸음걸이를 걷는 사람을 볼 때면 공기가 기억난다. 낮이 짧아 네다섯시를 지나면 이미 햇님 사라진 반도에 바람님 오실 때 먼 곳에서 달려오던 다람쥐의 조그만 발, 쉴 새 없이 움직거리던 토끼의 코, 그게 향하던 방향에 있던 뱀의 발. 곰이 측은한 눈으로 쳐다보던 죽은 척하던 불쌍한 내 눈을 가만히 보던 돼지까지. 그 계절은 가고 또 오지만 우리의 어깨에는 새로운 먼지가 앉고 다시 오래된 바람이 그를 스치고 이미 한번쯤 맡은 냄새들은 완전히 뒤섞여 우리를 마비시키고. 정신을 차려보면 우리는 다시 새 몸 새 마음이 되겠지.
밀림인지 사막인지 모르는 세상에서, 오래 전 Y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한 주가 다 지나고 나면 주말은 온전히 침대행이다”는 내 말에 한참을 해뜨는 곳을 보다 “나중에는 하루마다 쓰러지는 삶이 될거야, 그렇다해도 버텨주길 바라”. 그 말을 뱉고 눈을 질끔 감아버리던 너는 이제 이 땅에 없으나 나는 여전히 여기. 매시간 쓰러지며 지구의 소리를 들으며.
모두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우리 사랑하자. 사랑했던 기억따위 잊혀지겠지만, 사랑했던 것, 사랑할 것 아닌 사랑하며 살자. 조심스럽지 않게, 그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