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하철 2호선 이화여대 역에서 전에 만났던 여자와 같은 생김새의 여자를 봤다.


통상 나는 만났던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틈에라도 말이다. 그 때문에 '독한 놈'이라는 연락을 받을 정도인데 나는 그 사람들이 그렇게 싫거나 밉거나 이해하고 지내기 싫어서가 아니라 사랑의 감정이 짙지 않기 때문.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때 나는 대개 "헤어졌다 다시 만날 수 있어, 당연히."라는 말을 한다, 그가 내게 묻는다면. 그러나 항상 덧붙이는 말이 있다. "헤어진 것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다시 만날만큼 사랑하는 구석을 서로 새로 느낀다면 말이야." 그와 같이 나는 여태 만난 많은 친구들에 대해 아직까지 (그리고 어쩌면 아주 많은 미래까지) 좋은 감정을 지키고 있다. 존경할 만한 구석이 있기에 만났던 것이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니면 어쩔 수 있이 헤어진 많은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고 결국은 못할 존경'은 끝까지 쥐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인연이 있었기에 버그 픽스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던 걸까. 나를 파괴하고 갉아 먹었던 어떤 이들에 대해 나는 깊은 증오를 느끼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인 여자와 닮은 (혹은 그 여자) 사람을 목격하고서, 나는 이화여대 앞에 내렸다, 내릴 공간이 아니었는데.


어지럽고 구토가 나는 공기가 흐르고 지하철이 떠날 때 아무도 없었다, 그 공간에. 다음 차가 오기 전까지 약 5분의 진공 동안 나는 헛구역질 두 번, 눈물 몇 방울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청명해졌다.


기억력이 좋은 탓에 어떤 더러운 기억들은 아주 오래 갈 것이다. 어쩌면 어릴 적 당한 따돌림처럼 피부 아래 본능처럼 남을 것이다. 맞추던 입은 모두 씻어버렸고 도려내 버렸으나 배지를 달았다 뗀 코트에 바늘 자국 두 개 남듯 그 정도는 오래 담길 것이다. 이성은 모든 면을 채우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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