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에 내려 오는 시간은 얼마쯤 될까. 비보다 길고 가늘게 그리고 담대한 꿈을 품고 열 달, 마흔 개의 휴일과 삼백일의 고민이 합쳐 우리는 각자가 됐다. 쉽든 어렵든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누구라도 인고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내성이 생긴 상태일텐데, 요즘은 그마저도 흔들리는 순간들의 적분이다. 감성은 오래 전 핏빛 강물에 내다 버렸는데 그보다는 조금 괜찮은 줄 알았던 감정은 요르단 강에서 물을 긷네, 언제 바닥이 보일지 모르지만. 거인의 어깨에 담대하게 서고 싶다던 소년은 이제 거인에게 밟힐 수도 없는 지하에서 꿈에 클로로포름을 붓는다, 아주 대놓고 잠기도록. 우리가 세상에서 멀어지는 시간은 얼마쯤 될까. 어쩌면 가는 것 조차 포기한 사람들이, 내 주위에만도 한 가득인데. 이 세상은 돌아가지 못한 이들의 전쟁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