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길을 간다. 가끔은 신호등이 달린 아스팔트를 건넌다. 거니며 비추는 많은 라이트들은 황색 혹은 적색, 앞 혹은 뒤. 우리의 목표는 하나, 진열장 안의 수많은 녀석들, 저마다 다른 옷을 입고 다른 것을 담고 다른 사람들의 온도 맞이할 순간을 기다리는 것. 물론 가끔은 그런 것 없이 죽음으로 가는 녀석이 있더라도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곳에서 바나나 그리고 우유라 적힌 녀석을 고르는 일.


아스팔트에는 줄무늬가 그려져 있다. 넘어서는 안되는 공간, 그렇게 규정된 상태를 즐기는 듯 우는 듯 하다, 결코는 아니더라도 쉽사리 마주칠 수 없는 그대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우두커니 볼 수 있는 곳. 양 옆으로 멈춰 초록의 불이 빠알간 신경질로 바뀌기만 바라보는 사람들, 영혼 없다.


누구라도 잡았을 이 손잡이, 너도 잡았을지 모르는 차가운 은기둥을, 진저리 치듯 밀고 들어가 바나나맛 우유를 골랐다.


이 얇은 막에 침을 찔러 노란 수액을 받아 넘긴다, 나는. 무슨 잘한 일 있다고 남을 빨까.


바나나 전혀 없이 바나나 맛을 내는 열대의 속임수 곁에, 나는 결국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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