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어려움

from 하루들의 합 2014. 2. 3. 21:16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근무 후 잠시 들른 고장에는 아주 짧은 명절만이 있었다. 설날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용돈을 드리고 '아마도 마지막' 새배돈을 조금받았다. 나는 이것을 재정의 플러스와 마이너스 관계라 생각하지는 않는데, 예전, 내 어릴 적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The X-Files 시리즈가 다시 궁금해졌다. 겁이 많았던 소년 시절, 물론 나는 지금도 소년 시절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여고괴담같은 시리즈가 여름에 개봉해도 포스터나 예고편도 보지 못했던 그런 시절에도 서스펜스나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를 사로 잡았었다. 요즘에야 인터넷도 발달하고 토렌트나 불법 파일 공유 등 천태만상을 볼 수 있는 통로가 많아지고 넓어졌지만, 그 때는 책과 이야기, 소문, 인터넷으로 읽을 수 있는 사진 외의 글들(사진이 들어가면 모뎀 사용료가 많이 나와 혼날 때니까.)이 주된 소스였고 그 중 1등은 단연 '엑스파일'이었다.


극에 대한 전개나 탐구하는 과정, 혹은 무모함. 그리고 음악과 효과들, 오브제와 연기까지. 벌써 20년 전의 드라마라고 하기엔 너무나 훌륭하고 아름답지 아니했던가. 그래, '영어듣기공부'를 위장한 것은 순전한 뻥이었다.


처음으로 인터넷 시장을 뒤지던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을 위시한 음악 CD 시장이 아니라 '엑스파일 전편을 CD로 구은 것 팝니다'는 글 때문이었고, 용돈과 설날 비자금을 모아서 댓글만 주고받으며 '혹시나 사기일까' 두근두근 떨던 소년이 처음 받은 CD 100여 장 뭉치는 고등학교 시절, 포르노와는 멀던 소년의 (가장은 아니지만) 큰 보물이었던 것 같다.


혹시나 여러번 봐서 CD가 상해버리면 또 못볼까봐, 꺼내고 넣을 때마다 기스가 나지 않게 조심했지만 몇몇장은 깊은 기스에 날아가버리곤 했고 그럴 때마다 내용이라도 기억하고자 적어뒀던 수첩은 지금 어디에 있을런지. 적고 쓰고 탐구하고 궁금해하던 모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아닐런지.


지금은 50만원이면 엑스파일 전편을 최고화질 DVD로 구입할 수 있고, 불법으로 다시 다운받고자 하자면야 루트는 10가지도 넘게 있지만 그 시절, 자는 척하며 한 회만 더, 한 회만 더라며 밤을 새던 그 기억들은 오직 나의 안에만 있겠지.



다시 타지로 돌아와 깊어만 가는 그런 밤에, 다시 소년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