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

from 회사회자화사일기 2013. 12. 2. 22:27

2006년 8월, 강릉의 빛2006년 8월, 강릉의 빛


회사 선배가 나에게 말해준 오늘의 고마운 이야기들 중, 나의 머리를 가장 세게 때린 한마디는 "너, 여자 제대로 꼬셔본 적 없지?"라는 말이었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연애를 안해본 것도, 안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아니였지만 여자애 혹은 여자어른 앞에서 재미있는 말이나 행동, 위트를 발휘하거나 개그로 배꼽빠지게 해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여자를 꼬셔야겠다'는 본능이 우둔한 채로 지금까지 삶을 끌어온 것임에는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길고 긴 사회생활과 많고 얕은 인맥들 사이에서, 나는 스물 일곱이 되도록 누구 하나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박히기나 했었을까, 싶었다.


여전히 혼자다. 특이한 것이 아니다.


난 인간관계에 전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덮었다. '-인 것 같아요', '일지도 몰라요' 같은 주체적이지 않은 회피성 어휘들을 끊고 싶다 생각했지만, 인간관계의 그것만큼은 '일지도 몰라요' 체로 남겨두고 싶다.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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