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 달리기

from 보통의 여행 2013. 4. 26. 17:25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2013 보스턴 마라톤 희생자와 부상자,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달리기는 손쉬운 운동입니다. 그러나 달리기는 '가벼운 운동'은 아닙니다. 달리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100m, 경보부터 시작해서 마라톤, 울트라 마라톤 그리고 사막이나 남극을 가로지르는 오지레이스까지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그 가장 기초는 첫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반대쪽 팔은 반동이 생기고 다시 이 쪽(한 발 쪽의 팔)으로 그 반동이 자율적으로 반사되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나아가고, 다시 계속 나아가게 됩니다. 무릎이 부드러워지고 호흡이 안정을 찾고 결승선을 밟을 때면 언제나 지치고 힘들지만 망각의 동물인 인간은 다시 한 발을 내딛기가 쉽기에 우리는 달리기를 어디에서건 접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마라톤을 좋아합니다. 어릴 적 50m 단거리와 높이뛰기 학교대표를 하며 단거리 선수형 체형에 더 가까웠던 저는, 그러나 마라톤을 더 좋아합니다. 솔직한 마음은, 처음의 '본격적 마라톤의 시작'은 답답함 때문이었습니다. 취업, 학점, 자기비하에 애정전선에 대한 답답함은 저를 달리게 했고 잊고 있던, 버킷리스트의 가장 안쪽 '철인 3종 경기'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습니다. 풀코스를 뛴 적도 있지만, 아직은 10km, 하프코스 정도에 더욱 도전하려는 이유는 철인 3종 경기의 올림픽코스 10km에 최적화된 저를 만들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장거리 달리기 카테고리 중에서는 단거리 격인 10km나 하프코스(21km)를 좋아합니다. 물론 5km나 3km, 때로는 1km를 달리기도 하지만 그 어떤 것이든 학교를 뛴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의 특성 때문입니다. 제가 다닌 학교는 부산의 금정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금정산은 해발 800미터 이상이며, 학교가 위치한 곳은 정상과는 거리가 있는 곳임에도 정문에서부터 학생회관까지의 표고차가 170미터 이상(Google Maps 및 한국지질공사 자료 의거) 됩니다. '여학생들도 정문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을 위해, 힐을 신고 단과대학까지 4년만 오가도 하체 운동이 튼실하게 되서 졸업 후 사회생활에서 거뜬할만한 체력을 가진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의 넓이와 고도를 가진 부산대학에서, 지난 6년간 교내를 달리는 사람을 본 것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학교를 달리는 것은 이 학교에서 불가능한 것일까.


문득 어디선가 읽었던 '더 잘 달리기 위한 두가지 훈련'에 대한 글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의 몸이라는 것이 참 간사하지만 정직한게  익히면 익히는대로, 잊으면 잊어버리는대로 기억한다는 것이었고 이 것은 신체나이가 많건 적건 상관없다는 것이었죠. 오래 달리고 끊임없이 달린 마스터스 분들이, 뼈나 근육, 호흡도 더 신선한 청년들보다 좋은 기록을 가지는 것도 이와 별개라 볼 수 없다, 는 글을 보면서 아래에 적어져 있던 훈련을 뇌리 속에 박아둔 적 있었습니다. LSD, 그리고 산악 러닝.


LSD는 저와 아직은 친하지 않아 차치하더라도, 산악 러닝이라는 단어가 쿵 하고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제가 다닌 모든 학교들의 높이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대학을 들어오기 한참 전부터 높은 학교들을 뛰어다닌 저의 전력과 연관되었기 때문입니다. 부산대학은 우습다고 할 정도로 높았던 저의 중학교 시절. Y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저의 모교를 S나 J, 오랜 친구들과 함께 다니느라 높은 줄도 모른 채 뛰어다녔던 그 길에 수년이 지나 선생님들을 뵐 겸 오를 때 무릎의 압박을 잊지 못합니다. 그 길을, 5kg도 넘는 교과서, 참고서, 노트, 학원교재와 과제, 도시락을 들고 지각하지 않기 위해 뛰던 그 길이 생각났습니다. 언제나 내가 키크지 못한 이유를 들먹거릴 때면 "유전이 어딜가나요. 엄마, 아빠가 크시질 않는데요, 뭐."라고 말했지만 실은 초,중,고등학교를 함께 했던 어깨 위의 짐들도 한 몫했을 정도의 양이었고 키 대신에 자란 허벅지와 종아리가 이에 대한 반증을 해줬습니다.



 



그럼, 이 대학에서 업힐 코스를 만들어보자, 뛰지 못할 곳이란 없으니까. 최초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지만 이 자리에서만큼은 처음 뛰는 길처럼 개척해보자. 서둘러 인터넷에서 지도를 펼쳐보았습니다.


코스를 '짓는다'는 것은 나 혼자만 뛰어다니는 길과는 다르며 다른 누구라도 나의 글이나 길을 보고 따를 수 있어야 된다 생각했기에 무지막지한 코스를 짤 수는 없었습니다. 더불어 '3km의 코스'를 만들겠다는 결심 탓에, 이 거리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한다는 압박감도 없지 않았습니다. 3km짜리 연속되는, 무식한 오르막길을 아무리 다닌 효원인들이라도 뛰면서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결국 많은 고민 끝에 저와 P군은 학교 내를 순환하는 코스를 짜기로 결심했습니다. 업힐, 다운힐, 업힐, 그리고 쿨다운하는 코스를 소개합니다.




부산대학 북문에서 시작해 학교를 한바퀴 돌고, 다시 도서관을 향하는 금정산성 업힐 코스를 지나 구정문(무지개문)을 지나 정문방향으로 서서히 내려오는 이 코스의 장점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학교 대부분의 장소를 구경할 수 있어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대운동장이나 예술대에는 닿지 못하지만 거의 모든 건물을 지납니다. 따라서, 러닝클럽을 운영시 출발 시 단체 문자 등의 연락을 한다면 어디서든 만나서 같이 뛸 수 있는 코스가 됩니다.


둘째, 긴장과 완화가 반복되기 때문에 무리한 통증이나 피로가 오지 않고 단련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 지속근을 단련시키는 것은 러닝에서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지만 무리한 지속 훈련은 피로골절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훈련에서 주의해야 합니다. 반복적인 단련과 릴렉스는 러닝 지구력과 근력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습니다.


셋째, 뛰는 모든 곳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고 아스팔트로 공사되어 있기 때문에 24시간 어느 때라도 편하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좋은 러닝코스라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뛰기 꺼려지기 마련이고, 코스를 만든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갔을 때도 편안하고 안락할 수 있어야하는데 부산대 러닝코스 기획의 전구간은 안전함을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달리면서 만나는 제 2도서관, 중앙도서관, 본관과 자연대 연구실험동 등 24시 개방하는 곳의 1층에 정수기가 비치되어 있어 달리면서 바로 급수를 할 수 있는 점도 매력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음료를 찾지 않아도 최소 400미터에서 최대 1키로미터 사이에 급수를 언제나 할 수 있기에 응급상황에도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 코스를 직접 뛰어보았습니다. 기획과 실제는 분명 다르니까요.





오르막길이 약 400미터 이상, 시작과 동시에 펼쳐집니다. 못 오를 경사는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다리가 조금 무거워질 때쯤 보이는 평탄한 길이 그리도 기다려지던지. 법학전문대학원 앞을 지나 운치있는 생활환경대학까지 릴렉스하며 다시 300미터 정도를 달립니다. 그리고 다운힐 구간! 제 2 공학관 앞까지 미드풋으로 툭툭 치면서 내려갑니다.





저체중이 아니라면 다운힐에서의 힐스트라이크 자세는 무릎과 발목 관절에 평상시 3배 이상의 압박을 주기 때문에 앞꿈치로 내려가는 것이 나아보입니다. 곧 이어 나타나는 박물관 앞 미리내 계속 업힐, 이 구간은 앞의 구간에 비해 길이가 짧고 경치가 좋기 때문에 숲의 냄새를 맡으며 올라갈 수 있습니다. 차가 잘 다니지 않는 골목이기 때문에 도로 한복판을 질주해서 중앙도서관이 보이는 구간에 닿으면 이제 업힐은 끝! 가벼운 마음으로 조깅하며 학교 곳곳을 둘러보며 달려 내려갈 차례입니다.






1950년대, 부산대학이 지금의 위치로 옮겨와 자리잡으면서 새로 지은 건물도 많지만 그 당시부터 내려온 건물들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도 많고, 여러 건물들이 당대의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품이다 보니 이런 곳들을 끼고 달리다보면, 단순한 운동이 아닌 학교 역사에 대한 접근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을겁니다.  마지막으로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구 운동장)에 다다르면 길었던 길어보였던 교내 3키로미터 달리기 코스도 끝! 쿨다운 하기에 좋은 본관 앞과 뒤에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잊으면 안되겠죠.





직접 교내를 달리며 거리와 칼로리 등을 측정해보았습니다. 고도까지 나오지만 두차례의 언덕이 있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175cm의 키에 71kg 몸무게, 측정 결과는 245칼로리로 나왔지만 '확신하건데' 300칼로리에 훨씬 근접하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촬영 등을 하면서 달렸기에 23분이 걸렸지만 평균 운동 능력을 가진 남자라면 20분, 여자라면 30분이면 충분히 주파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부산의 부는, 가마(솥)를 말할 때의 釜이며 가마같은 산이 있다 하여 부산이라 유래했습니다. 부산은 항구도시이기 이전에 산의 도시이며, 달리는 곳 그 어디에도 언덕은 존재할 것입니다. 달리기에는 힘든 곳이다, 복잡한 해운대 바닷가나 평지인 온천천을 따라 뛰는 것 외에 특별한 코스를 구하기 어렵다. 모두 옳은 소리이기도, 또한 모두 그른 소리이기도 합니다. 인생에도 오르막, 내리막이 있어야 뒤돌아 보았을 때 온 길이 의미있듯이 달리는 코스 또한 업힐과 다운힐이 많은 부산. 부산에서 신나게 달림이 단련이 되어 그 어디에서건 자유롭게 달리게 될 때, 우리는 이렇게 외치게 될 것입니다.


부산 달리기, 살아 있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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