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치는 하루였다.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다가, 끌려다닌 것은 다리가 아니라 마음임을 알게 됐다. 두 손에 힘이 있어서 들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그냥 잘 모르겠다. 혼자 있을 때 운 눈물을 네가 만약 봤다면, 그냥 말이 없거나 혹은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2.

사실 나는 언젠가부터 되게 쓸모없는 일을 하고 싶었다. 단기 파트타임 워크든 두세달 이상했던 일이든, 나는 나를 괴롭히고 싶었다. 젊을 때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을 닥치는대로 하고 싶었다. 서빙이든 시다든, 노가다든 호텔일이든, 시간으로나 일정으로나 할 수 있는 때가 많지 않았고, 어떻게 되짚어보면 '젊었을 때 나는 이런 것도 해봤다'고 떠벌이고 다니는 S대의 병신 K군의 꼴과 다름없지 않을지라도 나의 글이든 행동이든 해보고 싶은 것은 해봐야 직성이 풀리므로. 요 몇일 고민해서 다녀온 오늘의 어떤 일, SPA 브랜드의 서비스 업무는, 그러나 맞는 일과 안 맞는 일, 내 몸이 따라주는 일과 아닌 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해 주었다. 일은 안 힘들지만 내 몸 중에 버틸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는데, 이게 다른 곳도 아닌 발바닥이었을 때 원인은 꽤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에게 조차 실망할 수도, 그렇다고 '힘내서 열심히 해보자'고 독려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게, 내가 내 몸을 어느 정도는 안다는 가정하에, 내 질량이, 이게 줄 수 있는 질량이면 2주 넘게 비菲단백절식할 때 벌써 2kg은 빠졌어야 했다.



왕십리에도 봄이, 안왔다. 개나리 개새끼야.왕십리에도 봄이, 안왔다. 개나리 개새끼야.



3.

고민이 된다. 나는, 당신이 유채꽃을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나는 왜 오늘의 내 모습을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나는 지금 소설을 쓴다. 주인공은 죽었고 기승전결이 붕괴됐으며 어떠한 결론으로 끝나든 찢어버릴 수 밖에 없는 도입을 가진, 쓸모없는 원고지 소비의 소설의 끝에 대고 라이터를 켠다.


4.

모든 세상은 망하고 모두는 죽을 것이다. 난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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