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곱시 반에서 여덟시 반 사이면 나는 눈을 뜬다. 첫번째 기상 알람이 울리기 정확히 이삼십 초 전에 일어나 알람을 끈다. 나의 몸과 행동이 시계보다 더 시간다워지고 있음에 대한 슬픔을 느낄 새 없이 다시 이불을 덮는다. 두시 십분에서 이십분 사이에 눈을 감은 것 치고는 빠른 기상이다고 혼자되뇌다가 1분 후 다시 나는 알람을 끈다. 지겹지만, 일어나기 위해서 안간힘을 쏟는 나의 노력은 아침 일곱시 반에서 여덟시 반까지 일 분마다 하나씩 알람을, 모두 예순 개의 알람을 맞춰놓은 것으로 대변되었다. 그렇게 억지로 나는 눈을 뜬다. 이제, 하루가 시작되(는 척을 하려고 억지를 부려보는 것이지만)었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나의' 따귀를 때리는 일이다. 아직 멍하다. 지금이 꿈인지 생신지, 루시퍼 드림인지 몽유병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나를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은 이 외에도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거나 얼음장같은 물에 머리를 감는 것도 있지만 찰나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게 제일이니까. 물론 이 방법들은 조금씩 맹점을 가지기 때문에 변화를 주는 도중에, 오늘의 방법은 따귀로 결정한 것이고. 여튼 나는 가벼운 자학을 한다. 이 다음 단계에서 바로 잠들어 버리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이를 닦거나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가기 전에 나는 우선 공부를 한다. 그건 매일 매일 다른데, 지금 정해놓은 데로라면 오늘은 영어단어 이백개를 외우는 것일테다. 물론, 앉은 자리에서 이백개를 외울만한 머리는 아니고 지금까지 외워왔던 영어단어를 복습하면서 잊거나 새로 본 단어 위주로 단어를 환기시킨다. 어제는 한문 오십자를, 필순과 유의단어까지 외우는 공부를 했는데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 어쩔 줄을 모르다가 위대한 인간의 의지력으로 결국 오십자와 유의단어, 다 합쳐서 약 백자를 외우고서야 화장실로 뛰쳐갔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고지식하게라도 해야 ADHD에 버금가는 약한 주의력을 조절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 단어를 다 외웠다. 그럼 이제 물을 마신다. S사에서 나온 머그잔 두 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녀석은 커피나 유자차, 홍차 등 액상음료를 마시는 용도고 왼쪽 것은 오로지 물을 위한 녀석이다. 아침에는 왼쪽 것만 사용한다. 물을 따른다. 이 브랜드 기준으로 한 잔 반을 마시면 딱 적당하더라고. 물은 어제 저녁에 길어둔 녀석이고 나는 물을 차게 마시지 않으니까 상온의 것을 마실 수 있도록 D사의 1600ML짜리 물통을 하나 샀다. 여튼 물을 마신 후 책을 편다. 걱정하지 마. 또 공부는 아니니까. 오늘은 전에 읽던 '왜 세계는 불평등한가'를 읽는다. 교양도서나 소설책 위주의 셀렉트인데 어제 주문한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등 여타 책이 올 때까지 읽을만한 책이 없어서 이 책을 두 번째 읽고 있다. 독서 시간은 타이머로 맞춰두고 정확히 삼십 분. 그 시간 동안에는 누워서 책을 읽든 엎드려서 보든, 서서 낭독하든 앉아서 묵독하든 완연한 독서의 자유를 맞추려 노력한다. 전자기기와 가장 멀어져 있는 시간. 하루의 2% 정도는 만들어보려고.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글렌체크의 '84' 정도가 적당해서 나는 이 것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질만하면 또 다른 노래로 바꿀 것이다. 알람이 울리면 재빠르게 책을 덮는다. 내용이 궁금하거나 뒷 이야기가 더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일단은 하루는 짧으니까. 이제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이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럴 것이며,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반복되는 하루의 모던 타임이 창 밖을 적시는 어제와 같은 햇살처럼 모든 촉수에서 움직거린다.


밥을 먹는다. 자취 칠 년차로 접어든 남자에게 아침이란 별 다를 것 없는, 일종의 생리현상이다. 맛이 있든 없든 먹어야 한다. '머리가 돌아가려면 아침식사를 거르지 말아야 한다.'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다. 배가 고파서. 원초적인 욕구에 가장 가까운 것은 식사이기 때문에 먹는다. 어차피 사람의 머리뼈는 단단하기 때문에 뇌는 움직이지 않는다. 머리가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전날 저녁 여섯 시 이후 아무 것도 먹지 않는 날이 보통이기 때문에 열두 시간의 공백을 매울 수 있는 것은 아침식사밖에 없다. 전에는 아몬드 한 줌과 두유 한 잔, 바나나 한 개를 먹을 때도 있었지만 '아침 곡기는 학습에 좋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부터 되도록 밥을 먹는다. 영양없는 탄수화물을 우걱우걱 씹는 아침, 원시인같은 하루 역시 어제도 오늘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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