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를 잃어버렸다. 스타벅스 사이렌의 작은 얼굴과 신발장 열쇠, 집 열쇠, 자전거 열쇠가 묶여 있는 작은 쇠뭉치가 갑자기 너무 너무 그리워졌다. 집 문 앞에서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사라진 녀석들이 그리워, 슬퍼, 들어가지 못하는 마음이 애처러워,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서울 하늘 아래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비가 온다. 하늘은 어둡고 낙엽들도 중력을 따라가는데 나는 꿋꿋하게 서 있다.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로서 자세를 잡았지만 마음
이 땅에 떨어졌다 튀어 올랐다 다시 중력에 수긍하는 방향으로 간다. 나 또한 모두들과 마찬가지로 조그만 사람일 뿐이고, 요즘은 살이 조금씩 빠져서 세상에 더하거나 덜 것 없어져 가는데 왜 이 세상에 겁먹고 사람에 취했다 다시 깨고나면 미안해지는지. 나도 낙엽같은 사람인가 바닥에 얼굴을 비춰보다 한 방울씩 방울방울 물방울들이 떨어져 바닥에 물이 쌓이고 길을 터 제 갈 길을 스스로 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눈 앞이 흐려졌다. 이 물방울이 이 물방울이고 저 물방울이 저 물방울인지 모르게 스미는 사이에 내 열쇠는 어디쯤을 가고 있을까, 다시 생각이 든다. 어쩌면 자주가는 스타벅스에 잠시 놓고 와서 데스크의 어두운 포스기 곁에서 잠을 자고 있거나, 길거리에 객사해 형광색 옷을 위 아래로 차려입은 청소부 아저씨의 힘 센 팔길질과 더불어 쓰레기 처리장으로 가버렸는지 모른다. 여튼 그의 수명은 내일 즈음이나 혹시나 그 넘어에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도, 감정도 그 즈음엔 단단해져 정리될까.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안아줄 그 품, 어딜까. 내가 안아줄 그 품, 어딜까. 원 오브 댐(ONE OF THEM)이기 싫다. 차라리 지금은 그 어디든 자리를 찾은 잃어버린 열쇠의 자리가 부러워. 흐르는 물방울들도 밉다. 내 손등에, 차라리 낙서를 갈겨줘. 풀을 곱게 먹여 마음을 새겨줘.
어쨌거나, 경비실의 예비열쇠로 나는 집에 들어와 코를 핑하고 풀면서 눈가를 닦는다. 이 것은 현실, 이 곳은 현실, 그리고 나는 앞으로의 나를 실현해간다. 크레파스건 유성매직이건 손에 세게 쥔 사람들의 틈에서.
어쨌거나, 경비실의 예비열쇠로 나는 집에 들어와 코를 핑하고 풀면서 눈가를 닦는다. 이 것은 현실, 이 곳은 현실, 그리고 나는 앞으로의 나를 실현해간다. 크레파스건 유성매직이건 손에 세게 쥔 사람들의 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