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날이 추워요. 여기에는 오랜만에, 그러니까 만 일년만에 눈이 수북하게 쌓였어요. 하늘에서 나풀나풀 육각결정집합들이 대지를 덮고, 추울까봐서 서로를 어루만지고 있는 곁을 지긋이 밟으며 이렇게 군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그 곳은 어떠신가요, 안녕한가요. 저는 여러날을 겪지 못했던 마감, 매일같은 전쟁을 하고 계시진 않을지 궁금하네요. 강원도 화천군, 지도에서 쳐다보지도 않던 곳에 들어와 큰 뫼를 밟고 하늘을 보며 마음의 정결을 다스린지도 언 이년이 되어갑니다. 너나할 것 없이 고향을 떠난 곳은 어디든 멀기 마련인데 선배, 첫 편지니까 (느닷없지만) 제 생활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하다가, 그만둘게요(웃음, 편지로 장난치는 것 아녜요.) 살을 많이 빼서 홀쭉해졌어요, 이 정도면 될까 싶다.

'여긴 추워요. 꽁꽁, 몸과 마음이 얼어가요.'하는 말들은 선배 친구분들이나 후배들한테 많이 들었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간단하게 '군인이야기'를 하자면요, 책도 많이 읽고 가져온 CD를 들으면서 음악도 깨나 듣구요. 머리카락도 단정히 자르고 마치 스님같은 하루 하루를 보낸지 벌써 만 이십 이개월, 나갈 때까지 하루씩 세어보는 삶을 기르고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