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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극 그 후 2011.04.12

연극 그 후

from 하루들의 합 2011. 4. 12. 13:39

막이 오르는 날이 온다. 언젠가 시간이, 멈춰서 공기를 이리저리 움켜쥐고서 흔들던 비만한 녀석일 뿐이었던 것이 제 갈 길을 향해 오랜 뜻 품어 무릎을 희게 보였다. 숨이 막혀, 나는 연거푸 호흡과다 증상을 일으켰다. 나를 바라보지 마, 나를 제발. 오랫동안 한 손으로 글씨를 휘갈겨 쓰다 보니 어깨가 틀어진 것일까. 무게중심을 잃은 눈동자와 엉덩이, 그나마 되잡은 정신으로 눈꺼풀이 선명해졌다.
 
아마도 때가 아닌, 잘못된 오르가즘을 느꼈겠지. 그대는 말을 하고 있으나 마이크는 이미 흰자를 내보였다. 배를 보였다. 일어날 수 없을만큼 뒤집어 까발렸다. 고민 아닌 다른 고민을 쥐고서, 어쩌면 다른 생각따위는 하지 않았을테지만.
 
갈 길을 잃은 스피커는 내 오른쪽 귀를 찢어버렸다. 이명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박수치기 시작했다. 제 팔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격한 숨을 내쉬자 어떤 이는 눈물을, 어떤 이는 한숨을, 어떤 이는 감은 눈을 다시 감아버렸다. 저마다 다른 빛깔, 마치 탄생석이 모두들 다르듯이,을 내며 오로라를 보여주었지만, 젠장. 이번에는 그것이 실수였다. 유성물감과 수성물감, 벼루에 풀어놓은 화이트 칼라는 어울리지 않는다, 전위예술말고는.
 
막이 내리면서, 사실은 무대에 어두움이 스미면서 부족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많은 사람들은 깨달았을 것이었다. 전문가에게서 잘 만들어진 만두와 밀가루 반죽부터 엇나간 녀석은 찜기에서 나온 그 순간부터 기분이 다를테였다. 하지만 그것도 만두였고 이것도 만두였다. 훈훈한 김에 새겨진 따끈한 냄새도 똑같을 것이었다, 물론 눈만 감는다면. 따뜻한 그것과 오롯한 그것은 서로 다를테였지만, 그러나 나는 내 귀를 붙잡고서 다시 일어났다.
 
그들이 말했듯이 길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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