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여수에 바다가 좋다. 제주 주옥 빛은 아니나 푸르다 투명했다가 때로는 유리병이나 스티로폼이 떠 다니긴 하지만 깊고 고독한 색을 나타낸다. 모래는 어떤지, 흙에서 났는지 불의 산에서 났는지 검은 모래는 내가 태어날 이미 유명세를 사람들은 저문 바다 곁에서 모래 찜질을 하기도.


곁으로 가게가 즐비 했지. 지금은 개발돼 카페나 술집이 있는 해변을 따라 닭백숙을 파는 노변 가게는 우리 가족 여름 휴양 단골. 멀리 여유를 즐기기 위해 떠나지 않아도 좋았던 시간. 대리운전도 없던 시절, 엄마는 아빠를 위해 면허를 땄다. 집까지 오는 길은 언덕을 넘는 도로, 주황색 불이 펼쳐진 길을 흘러오며 나는 뒷자리에서 곧잘 책을 읽다 없이 자기도.


천변을 따라 포장마차는 여전하다. 겨우 한번 밖에 가보지 못한 것은 스무 넘어 곧바로 부산으로 떠났기 때문이나 외할머니댁 바로 앞에서부터 펼쳐진 오색 포장에 등불이 밝혀지면 바람이 때마다 풍등을 띄운 펄럭이는 기분이 좋았다. 회는 싸고 장어도 맛있고, 가끔 야간자율학습과 저녁식사 사이에 달음박해서 보고 오던 밤의 여수역과 바로 바다와 고깃배의 .


엄마는 은행에 가고 나면 외할아버지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시장을 따라가기도 했다. 외갓집 앞부터 깔린 좌판은 서시장까지 이어져 어느 곳이라도 시장이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시간을 돌다가 쭈그려 앉아 함께 먹기도 하던 팥죽, 국수처럼 후루룩 먹던 새알 아닌 죽은 여전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기억.


그런 사근사근한 기억을 뒤로 하고, 요새 여수는 그저 흔한 데가 됐다, 온갖 브랜드가 도시 곳곳에 들어섰고 맛집은 내가 알던 그런 맛집이 아니며 케이블카는 없이 돌아가고 대교에는 수천개 전구가 설치돼 교태를 뽐내는 그런.


정취라는 말을 좋아하는 나는 그런 아쉽다. 물론 내가 여수에 계속 살지 않기 때문에 거주자의 입장과 다를 있으나이제 내가 사랑하는 려수麗水는 어디 갔나싶다가 모습을 사랑하는 이가 있겠구나싶은 마음을 가지려 노력해 보는 것이다.


너는 내게정취 줬나, 오사카를 다녀간다. 어느 사람의 고향이며 일터, 어떤 이가 사랑해왔을 도시에 잠시 자리를 얻어 있다 가고 싶지 않아 있으면 그들처럼 순간을 밟으려 노력했다.


아무개가 추천한 맛집보다 편의점에서 음식을 길거리에서 먹으며 말을 걸어보기도 했고, 아주머니들이 기다리는 줄에 가서 알려준 대로 오후 8시가 넘어 반값 할인을 스시와 가라아게를 사기도 했다. 물론 가장 촌스러운 마트에서사지 않을 물건을 만지고 있다 할머니께 혼나기도 했지만 정도는 초심자의 애교 정도로.


생각에, 여행은 남의 일상으로 불시에 처들어가는 일종의 도발이나 사건. 준비돼 있지 않은 이에게 의외의 충격을 주기 싫어서 나는 항상 어떤 여행이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편이었다. 나라의 역사나 가고 싶은 관광지나 유적지, 미술관이나 전시에 대해. 그래서 여전히 가지 못한 곳은 휴양지, 올해는 언젠가 휴양지를 가보려고 한다. 내게 도전이다.


오사카를 다녀간다. 백제사百済寺 아스카베 신사가 함께 있는 도시, 우산을 쓰고 고양이를 안은 담배를 들고 우산을 쓰고 자전거를 타던 사람의 도시, 유난히 중국 관광객이 많던 도시, 우리 용어로하천같은 곳을 '강江이라 부르며 상업의 중심가를 만든 이들의 도시, 대판부大阪府에서 내가 느낀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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